2009년 9월 이전에 가입한 이른바 ‘구실손’이라 불리는 1세대 실손보험은 가입자들에게 있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이자 동시에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병원비의 거의 전액을 돌려받는 막강한 혜택 때문에 절대 해지하지 말라는 조언이 지배적이지만, 갱신 때마다 두 배, 세 배씩 뛰어오르는 무시무시한 보험료 고지서를 받게 되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1세대 실손보험 유지를 고민하는 분들이 반드시 따져봐야 할 핵심 판단 기준과 전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자기부담금 0원의 독보적인 메리트
자기부담금 0원은 1세대 실손보험을 ‘전설의 보험’으로 만든 가장 큰 이유이자, 유지를 권장하는 핵심 근거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4세대 실손보험이 급여 20%, 비급여 3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과 달리, 1세대는 입원 의료비 전액(100%)을 보장하고 통원비 역시 5천 원 정도의 공제 금액을 제외하면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데요. 이는 큰 병에 걸려 병원비가 수천만 원이 나와도 내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의료비 지출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을 완전히 없애줍니다. 잦은 병원 방문이 예상되거나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자기부담금 0원의 가치는 그 어떤 보험료 인상분보다 클 수 있습니다.
2. 감당하기 힘든 갱신 폭탄 보험료 인상
보험료 인상은 1세대 실손 유지를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1세대는 손해율(보험사가 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매우 높게 설계되어 있어, 갱신 주기(보통 3년 또는 5년)가 돌아올 때마다 보험료가 50%에서 많게는 100% 이상 급등하는 ‘폭탄’을 맞기 쉬운데요. 특히 50대, 60대로 접어들면 위험률까지 반영되어 월 납입금이 20~3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아무리 보장이 좋아도 매달 내는 돈이 생활비에 타격을 줄 정도라면, 보험료 인상 추이를 냉정하게 계산하여 유지가 가능한 수준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3. 일반상해의료비 특약의 숨겨진 가치
상해의료비 특약(일반상해의료비)은 1세대 실손 중에서도 일부 상품에만 존재하는 ‘히든카드’입니다. 이 특약은 놀랍게도 자동차보험이나 산재보험으로 처리받은 의료비의 50%를 중복해서 보상해 주는데요. 2세대 이후의 실손보험에서는 자동차 사고나 산재 사고 시 본인 부담금 외에는 보장이 불가능한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장점입니다. 또한 한의원이나 치과 통원 치료 시에도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급여 항목뿐만 아니라, 입원 시에는 상해와 관련된 비급여까지 폭넓게 커버해 줍니다. 만약 내 증권에 상해의료비 특약이 있다면 전환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4. 도수치료 등 비급여 치료의 횟수 제한 없음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물리치료는 척추·관절 질환 환자에게 필수적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3세대나 4세대 실손보험은 도수치료를 연간 50회 등으로 제한하고 보장 금액 한도를 두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있지만, 1세대 실손보험은 이러한 횟수나 금액 제한이 거의 없는데요(상품별 상이). 따라서 허리 디스크나 거북목 등으로 꾸준히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분들에게 1세대는 대체 불가능한 치료비 공급원이 됩니다. 의료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내 몸 상태가 비급여 치료를 요한다면 유지가 답일 수 있습니다.

5. 4세대 실손 전환 시 고려해야 할 할증 제도
4세대 실손 전환은 보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이지만, ‘비급여 차등제’라는 새로운 복병이 있습니다. 4세대는 병원을 많이 이용하면 다음 해 보험료가 최대 300%까지 할증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비급여 주사나 MRI 등을 자주 이용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데요. 반면 1세대는 내가 병원을 많이 가든 적게 가든 가입자 전체의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결정되므로, 내가 많이 쓴다고 해서 나만 보험료가 오르지는 않습니다. 4세대 실손 전환은 병원 이용이 거의 없는 건강한 분들에게 유리한 선택지입니다.
6. 만기 및 갱신 주기 확인을 통한 미래 예측
만기 및 갱신 주기는 1세대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1세대는 보통 3년 또는 5년 단위로 갱신되며, 보장 내용이 변경 없이 80세 또는 100세까지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일부 상품은 만기가 80세로 짧게 설정되어 있어, 100세 시대에 노후 의료비를 커버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갱신 주기가 길다는 것은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된다는 뜻이므로, 다음 만기 및 갱신 주기에 닥쳐올 인상폭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고 감당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7. 고령자 및 유병자의 유지 전략
고령자 및 유병자라면 1세대 실손보험을 끝까지 사수하는 것이 유리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미 질병 이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 새로운 보험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혹은 만성 질환으로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필수적인 경우에는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그 이상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전환 후에는 보장 범위가 줄어들고 자기부담금이 생기기 때문에, 고령자 및 유병자에게는 1세대 실손이 최후의 보루와 같습니다. 당장의 보험료보다는 발생할 수 있는 고액 의료비 리스크를 헤지(Hedge)하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8. 유지 vs 전환 판단을 위한 손익분기점 계산
유지 vs 전환을 결정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손익분기점’을 따져보는 것입니다. 현재 납입하는 1세대 보험료와 전환 시 예상되는 4세대 보험료의 차액을 계산한 뒤, 이 차액만큼 내가 1년에 병원비 혜택(자기부담금 0원 혜택 등)을 더 보고 있는지 비교하는 것인데요. 만약 1년 동안 병원을 거의 가지 않아 차액만큼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차라리 전환하고 아낀 보험료를 저축하여 의료비 통장을 만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차액 이상의 보험금을 매년 수령하고 있다면 유지 vs 전환 고민 없이 유지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지금까지 애증의 존재인 1세대 실손보험 유지 여부를 결정짓는 8가지 핵심 기준을 살펴보았습니다. 자기부담금 없는 완벽한 보장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감당하기 힘든 보험료 인상은 현실적인 위협입니다. 결론적으로 병원 이용이 잦고 비급여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유지를, 병원을 거의 가지 않고 보험료가 부담되는 분들은 전환을 고려하되, 반드시 자신의 병력과 향후 의료비 지출 예상액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섣부른 해지나 전환은 되돌릴 수 없기에, 오늘 분석해 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신중하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